선택적 함구증이란 언어장애가 아닙니다. 선택적으로 말을 안하는게 아니라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안 나오는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이번 주 금쪽이는 집에서는 말을 잘 하지만 밖에서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기질을 어느정도 물려받은것으로 추정되며 1년 정도 놀이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곧 있으면 초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어 부모님의 걱정이 많은 상태였습니다.
선택적 함구증 진단 조건
보통의 아이들은 낯을 가리는 시기가 있어서 내 아이가 함구증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지나치게 낯을 가리거나 불안한 증세를 보인다면 다음 기준들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전제조건
일단 '정상적인 발달 수준'이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즉 아이가 지적 능력, 언어적 발달에 큰 문제가 없어야 하고 말더듬기, 발달장애, 정신분열증, 다른 정신증적 장애가 아니여야 합니다. (조금 말이 어눌하다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단조건(DSM-5)
- 가족 및 소수의 친한 사람과는 말을 잘 하지만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도록 요구받아질 때 증상이 심해짐.
- 학업이나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을 저해한다
- 1개월 이상 지속된다 (입학 후 첫 1개월에 그런것은 아니라고 본다)
-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그 언어와 불편한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입학, 진학, 전학 등)에 놓였을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낯설고 수줍고 불안한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풀어져서 본인이 안전하다고 느낄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보통의 수순입니다. 하지만 적응하는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학업이나 정서에 문제가 보인다면 선택적 함구증인지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과 언어장애의 차이
언어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언어로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말대신 몸짓과 표정, 머리흔들기, 당기기와 밀치기 등 다른 수단으로 사회적 상황에 대처합니다. 반면에 선택적 함구증은 평소에 말을 잘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회적 상황에서 극도로 불편한 모습을 보입니다.
금쪽이가 불안이 너무 높아져서 우는 상황도 있었는데 소리를 내서 울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불안 때문에 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근육들까지 굳어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3~6세 정도에 발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기에는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어린이집과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회적 상황에 혼자 있을 일이 거의 없기에 증상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과 달리 학교는 보육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진학 후 1학기가 지나고 나서야 담임 선생님이 ' 아이가 말하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8세 전후로 뒤늦게 진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선택적 함구증의 원인
- 불안
원래 '불안'이라는 것은 자연인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각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위험한 것을 인지한다거나,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약간 경계를 하는 것, 새로운 상황에서 약간 조심하게 되는 것 등 필요한 만큼 적정 수준의 불안이 발휘됩니다. 그러나 '불안'의 정도가 높은 경우' 선택적 함구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기질은 부모에게 물려받는 경향이 있는데 부모중 누군가가 소심하다던가 겁이 많다던가, 내성적이거나 낯을 가린다던가 하는 기질을 가졌다면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싫은 것이 아닌 불편한 것
"친구들한테 가볼까?"
"친구들한테 인사해볼까?"
"어른들한테 인사해야지."
라고 하면 보통 아이들은 "싫어, 안 할 거야, 안 놀 거야"라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싫은 게 아니라 '불안해, 불편해'를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싫다고 말한다고 해서 "왜 싫어,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라던가 " 어른한테는 원래 인사해야 되는 거야"~라는 식의 갑작스러운 예절 교육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아이는 인사를 하고 싶고, 같이 놀고 싶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뿐입니다. - '억압적' 기질 특성
선택적 함구증은 그냥 봤을 땐 부끄러움, 수줍음이 많은 것이라고 단정 짓기 쉽지만 '억압적' 기질 특성 (Inhibited Temperament)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도와 달라고 하거나 부정적인 표현, 혹은 거절을 잘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도 말을 잘 못한다거나 긴장되어있고 낯을 가리고 싫은 건 아니지만 거부감이 먼저 느껴지는 아이이므로 이런 기질적 특성을 고려해서 잘 다뤄줘야 합니다.
- 부모님이나 의사 선생님께 어디가 아픈지 얘기하지 못한다.
- 길을 비켜달라고 하지 못한다.
첫 번째 만남, 첫번째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과 한번 불편 해지만 그 이후에 풀어가는 어렵지만, 처음에 만나서 어떻게 하다가 말을 트는 것에 성공하면 그 뒤엔 어렵지 않은 특징도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성공적으로 마음을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경험이 많아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주시 불안 과 예민함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거나 응시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을 주시 불안이라고 하는데, 이런 주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평가'에 굉장히 예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는 말하기도 합니다.
(완벽한 타인=자신을 평가하지 않을 사람)
하지만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이나 얼굴을 자주 보는 또래 아이들과는 가장 말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과는 이야기 하지만 아이들과는 말을 못 하거나 반대로 또래 하고는 말하는데 어른들과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음의 고집
1) 오은영 선생님께 선택적 함구증으로 치료를 받던 아이가 있었는데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학교에선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과 마트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장을 보는 것을 학교 친구가 보고는
"어? 너 말할 줄 아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오은영 선생님께 찾아와 이제 전학을 가야 할 것 같다고 울었다고 합니다.
2) 이번 주 금쪽이네도 키즈카페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나 말하는 모습을 들킨 후 등원을 거부했다고 하는데, 오은영 선생님은 이것을 일종의 '마음의 고집'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말해봐 말해봐'라고 몰아붙일수록 더 안 하게 되고, 한번 이런 상황이 되면 그것을 바꾸는 것이 너무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저는 약간 지금까지 해오던 '관성'에 의해서 나의 외부적 이미지와 맞지 않아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것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금쪽 처방
01. 경쾌한 엄마가 되어야 합니다.
금쪽이는 말을 못 할 뿐이지 상대방의 상태를 너무나 잘 관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엄마가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면 아이가 말하는 것에 더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02. '마음의 고집'을 살살살 건드려 주세요.
아빠의 경험담으로 아이의 고집을 녹여줄 수 있습니다.
"네가 아빠 닮아서 그래. 아빠도 예전엔 그랬어. 친구들 사귀는 것도 힘들고 말하는 것도 힘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별거 아니더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아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03. 치료제를 포함한 모든 합리적이고 타당한 치료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것.
"어떤 이유든 말을 못 하거나 안 하는 것은 '응급'입니다.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 이 불안감은 마치 피부에 난 상처가 같이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이것을 낮춰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뇌과학을 통해 불안과 관련된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이제는 좀 알게 되었고 이런 종류의 치료제를 9주 이상 복용했을 때 70% 이상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도움이 되는 규명된 치료를 총동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오랜 기간 치료를 해야 됩니다. 당장 말을 잘하게 되는데 아니더라도 마음속 불안을 다루며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내적인 자원을 늘리는 노력을 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비언어적인 표현 격려하기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손 흔들기, 얼굴 찡긋하기 등 쉬운 것부터 도전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소통 경험을 쌓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한다는 것은 자신과 아이의 얼굴을 공개하고 가정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엄청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와 내 가정의 행복을 찾고 싶다는 부모로서의 결심과 용기는 그저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고개가 숙여지는 일이고 존중받고 보호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금쪽같은 내새끼'는 많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육아는 끝이 없는 공부라 이렇게 블로그에 적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이 블로그에서 만큼은 그분들의 신상이 노출될만한 이미지나 내용은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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